비둘기

주사라 2010. 4. 30. 14:11

      비둘기

       

                                                   仁塘/윤명숙 

       

          모처럼만에 한가한 시간을 갖게 되어 바닷가에 갔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싸늘한 바람이 품속에 파고든다. 

      바람이 차가운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도 드물고 갈매기만 

      바닷가의 풍요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 같다. 

        따뜻한 햇볕 가득히 내리쪼이는 작은 동산에는 비둘기들이 

      일광욕을 즐기며 추운지, 몸을 날개 밑으로 폭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한없이 가여워 보인다. 아마도 찾아오는 사람이 드믈어서 배고프고 외로운 탓일까? 

       

       며칠 전에 남편이 손자들에게 나무 밑에서 놀지 못하게 했다.

      이유인즉, 비둘기들이 나무 위에 앉아서 쏟아놓는 배설물에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박테리아가 있다고 한다. 시초엔 감기증세같이 나타나지만 죽음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것이라고 뉴스에서 보았다고 했다. 

       언제부터 비둘기의 신세가 비참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비둘기는 멀리까지 갔다가도 반드시 제 둥지로 돌아오는 귀소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통신 수단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도 흔히 쓰이는데 아마도 곡식 낱 알 같은 먹이를 구하려고 멀리까지 날아다니다 보니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날렵한 게 아니었을까? 

       

       30여 년 전에 우리 집에서 키우던 비둘기 생각이 난다. 그 비둘기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남편의 친구가 비둘기 부부 한 쌍을 

      선물로 준 것인데 얼마나 다정한지 바라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남편은 아주 예쁜 집을 만들어 옥상에다 보금자리를 장만해 주었다. 항상 입을 마주해 서로 긁어주며 때로는 날개로 토닥거리며 장난도 했다. 이웃에서도 알아보고 잉꼬비둘기 부부라고 별명을 붙이면서 우스겟소리를 주고받을 정도였다. 

       어느 날 비둘기 부부는 두 개의 알을 낳았다. 암, 수가 번갈아서 품어준다는 비둘기는 둥지를 비우는 일이 없이 교대를 잘했다. 

      사랑으로 협력하며 사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먹이를 열심히 물어 먹이던 비둘기는 무엇이 그리 바빴을까? 그리고 신은 행복한 비둘기 한 쌍에 왜 그런 고통을 준 것일까? 한 마리가 집 앞 전깃줄에 걸려서 죽는 사고가 생긴 것이다. 

       

       비둘기도 슬퍼하며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나는 그때야 알았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아플 정도로 구슬프게 울었다. 

      구구구구  구구구  구 우, 먹지도 않고 계속 울어댔다. 

      오랫동안 마음이 아프도록 울어대는 것이 어느 사람보다 낫다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으로 알을 떨어뜨렸다. 

      제대로 품어주지 못한 탓에 곯은 것일까? 아니면 죽은 비둘기가 엄마 비둘기였나? 그러고 남은 비둘기 한 마리는 집 주위를 빙빙 몇 바퀴를 돌고는 어디론가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비둘기가 왜 알을 깼으며 어디로 날아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때 짝을 잃고 구슬프게 울던 울음소리는 지금도 귓전에 남아있는 듯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비둘기도 변한 것일까? 아니며 사람들의 손을 타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비둘기가 사람들이 주는 식품을 받아먹는 타성에 젖어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듯하다. 

       열심히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비행하던 습성을 잃어버리고 안주하기를 즐기게 되었을까? 

      그래서 날렵하던 몸이 비대해져서 마치 이 시대의 탐욕 자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간편식으로 비대해진 비둘기들은 위험이 눈앞에 닥쳐와도 날지를 못하고 종종걸음을 걷다가 횡사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평화의 상징이며 중요한 전령사이던 비둘기는 지금 고통스러운 속앓이를 하는 것은 아닐지, 비만증에 걸린 비둘기가 마치 본분을 잊고 병들어 퇴락해 가는 세상을 대변해주는 듯해서 마음이 안타깝다.     (2/9/07)         

                   

       

          Rachmaninov - Vocalise Op. 34  No.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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