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 변화

주사라 2010. 4. 17. 06:57

 

 

 

 

 

 

 

 

 

 

 

                                 박의 변화

 

                                                          윤(김)명숙

 

 조롱박을 심어 터널처럼 가꾸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뉴스를 보았다.

 오래지 않은 시절에는 박이 흔했고 어느 집에서나 생필품으로 사용했던 것이 아닌가? 장식용으로 쓰는 조롱박이나, 커다란 박은 물 마시거나 쌀 씻기 등등 부엌의 비품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슬며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주 쓰기도 편리하며 수명도 긴 플라스틱 제품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박에 얽힌 흥부전 같은 옛이야기에 매료되어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장식용으로 또는 아파트 베란다에 심어서 넝쿨을 올리며 조롱박이 주렁주렁 매어 달린 풍치에 매료되어서 그리움이 다소라도 해소되는 것일까? 어쩜, 옛것을 그리워하며 가꾸어감은 옛 여인들의 순박함을 추구하게 된 것은 아닐지!

 

 반세기 전의 피난민 시절엔 흔하게 보아왔던 박꽃이 기억이 난다. 헛간이나 초가지붕이나 함석지붕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함초롬히 피어나며 박꽃의 미소가 스러지고 난 후면 박이 주렁주렁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달렸는데 그때마다 큰어머니께선 감탄을 하시며 올 농사는 대풍이다.

하시던 기억이 난다.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로는 어린 시절 옆집에 사는 젊은 수절과부가 밤만 되면 앞, 뒷마당을 빙빙 몇 번을 돌다가는 방으로 들어가기에

어머니, 옆집 새댁은 왜 밤이면 마당을 빙빙 돌다가 들어가요?”

물으니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말씀은

젊은 과부가 서방님 생각이 나서 그러는 것이란다.”라고 하셨단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서글픈 사연을 가슴에 품은 박꽃 아씨가 밤이면 소복단장을 하고 달빛을 받으며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났다가 아침이 되면 부끄러움에 모습을 감추며 움 추려 들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젖어본다.

 순간, 남편 다섯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편이 없어 조롱을 받는 여인,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서 물을 길으러간 우물가의 여인이 생각이 난다. 그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는 샘솟는 생수를 주시는 전능하신 분을 만났기에 슬픔에서 기쁨으로, 절망에서 소망으로, 목마름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함으로 축복을 받은 여인으로 변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가 만난 그분을 와서 보라고 말이다. 조롱받았던 여인이 축복의 여인으로 변화된 삶은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시간에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우물가로 달려나갔음이 그를 축복의 여인으로서의 삶이 바뀌게 된 것이 아닐까?  세상에서 즐기던 재물과 권세와 명예, 높은 정상에서 행세 하던 오만과 자만을 다 버리고, 임을 만나는 기쁨에 밤이 새도록 목 울음으로 함초롬히 피어난 순백색의 박꽃처럼,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는 생수를 선물로 받은 우물가 여인처럼 사랑과 능력의 주님께 두 손을 높이 들어 하늘을 우러러본다.

! 주님 채우소서, 나의 잔을 높이 듭니다. 하늘 양식 내게 채워 주소서, 넘치도록 채워주소서!” 온갖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장식품보다는, 생수를 떠서 마시는 옹달샘의 조롱박처럼 가치 있는 변화된 삶을 사모해본다.         (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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