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을 끓이면서

주사라 2010. 5.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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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국을 끓이면서  

 

 

                                                                       ()명숙 

 

      약간 쌀쌀하지만, 배나무에는 꽃봉오리가 터질 것 같다. 꽃샘추위라고 말하는 걸 보면

    겨울도 가는 세월 아쉬워하는 모양이다. 모처럼 텃밭도 손질하고 파뿌리를 심고, 씨 뿌     릴 준비를 하느라 흙을 고르게 손질하는데 쑥이 듬성듬성 보인다. 

 

       봄이 되니 입맛도 변동이 온다. 오이지를 씻어 햇빛에다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모습처

     럼 꾸덕꾸덕 말려서 담아둔 된장과 고추장 단지도 모처럼 좋은 날씨에 따뜻한 햇볕 좀

     쏘이라고 뚜껑을 열어주었다. 

       비가 자주 오는 탓도 있지만, 잿빛 하늘에 볕 드는 날이 구경하기가 어려웠으니 얼마

     나 몸살을 앓았을까? 된장 단지 윗부분이 희끄무레하게 더께가 생겼다. 이제는 햇빛을

     마음껏 쏘이고 영양가 듬뿍 들은 맛있는 된장이 되라고 속삭여본다. 위에 끼어 있는  

     더께를 깨끗하게 걷어주고 속을 약간 헤집어 보니 샛노랗게 잘 익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고국의 여인들이 쑥을 뜯으며 까르르 웃어대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곳에서 언니들과 함께 쑥을 뜯으며 냉이와 달래나물을 캤던 정겨움의 순간이 스크린

     처럼 스쳐간다.

       봄이면 쑥 된장국도 끓이고 쑥을 넣어 만든 버무리떡과 개떡은 기름이 반지르르 윤이

     나면서 군침이 돌게 한다. 냉이도 나물이며 김치와 된장국, 달래도 잃어버린 입맛을 어

     찌나 맛있게 돋워주는지! 봄맞이 반찬으로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할 것이다. 불현듯 어머니가 그립다.

 

        내 어린 눈에 비치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떤 것이든 그 손에만 붙들리면 입에 착착

     붙는 요리를 만든다. 한 가지의 재료를 가지고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며 심지어는

     준치국을 끓여서 다 먹고 남은 가시를 가지고 새 모형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지금도 쑥만 보면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개떡이 그리워진다.

       시애틀에서도 사람들은 달래, 냉이, , 야생 시금치를 뜯어다 먹는다. 참 용케도 잘

     찾아낸다. 시금치와 냉이를 뜯어서 몇 번은 맛있게 해먹었지만, 고향의 맛은 아니었다.    

       몇 해 전인가, 가게 일을 끝내고 대학가에 있는 호숫가를 산책하는데 커다란 나무 밑

     에서 쑥이 자라는 것이 보였다. 아주 반가워서 앞뒤를 가리지 않고 몇 뿌리를 캐었다.

     사람들 보기에 좀 미안하긴 했지만!

       질이 좋은 땅에 심어서 키우니 번식이 얼마나 잘되는지, 제 영토를 마구 넓혀 가면서

     잔디밭까지 덤벼든다. 여러 집에 분양을 시키고도 많아서 쑥 국, 버무리떡, 개떡도 만

     들어 먹었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안 난다.

       3 년 전에 그 쑥 몇 뿌리를 함께 가지고 새집으로 이사했다. 한쪽 구석에 심었는데

     땅이 좋지 않아서일까? 인제야 겨우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만큼 퍼졌다. 남편에게

     고향의 봄이 우리 집에 왔다고 하니 ?”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다.     

       쑥을 뜯어서 된장국을 끓였다. “여보 얼른 오세요. 오늘 반찬은

    고향의 봄 국이예요. 따끈할 때 맛있게 드세요.”

        남편은 고향의 봄을 먹으니 맛있다라면서 웃는다.   

 

        어머니는 이미 하늘나라에 갔지만, 나의 삶 가운데서 항상 미소로 삶의 지혜를 가르

      쳐 주신다. 쑥은 오월의 인진 쑥이 제일 좋으니 덖어서 말려두었다가 뜨겁게 끓인 물

      에 차로 마시면 여자의 건강에 매우 좋다고,      

        오월이 가기 전에 차 재료도 만들고 쑥 인절미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러 한 생각

     이 나로 하여금 조금은 여인답게 해주며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행복은 멀리에 있

     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조그마한 일에서부터! 무엇보다 가정 안에서부터 행복이 이

     루어져야 하리라. 우리 가정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으로 굳게 다짐해본다.                             {3/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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