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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해요
윤(김)명숙
“어미야 너 행복하니?”
“그럼요, 나 지금 행복해요 엄마,”
오늘 낮에 멀리에 떨어져 사는 큰딸과의 전화 통화다. 네, 행복해요 라는 딸의 말이
전파를 타고 나의 마음에 바이러스처럼 파고들어 오는 듯하다.
지난 사월 어느 날인가,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고국 방문을 해야지 결심했다.
그동안 등단과 신인 문학상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세 번이나 참석을 못하여 가슴 한
복판에 서운함이 도사리고 있었나 보다.
이번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에 작은딸에게 의견을 전했다.
“예 어미야 엄마가 이번엔 한국을 다녀와야겠다.”
딸은 아주 난처한 기색이다. 아이들 때문에 문제가 된다.
아마도 휴가를 내가 원하는 날짜에 맞추기가 곤란한 모양이다. 나 역시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서 직장 난이 매우 심각하다. 사방에서 파면을 당하고 기업들도 파
산 선고를 하며 사는 집도 빼앗겨 여기저기서 뚝뚝 나무가 부러져 넘어 가듯이 위기를
느끼는 때다.
남편은 자기가 아이를 보고 있을 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며칠을 고민하고 생각
한 결론은 큰딸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선은 큰딸에게 엄마 한국 가는데 네가 엄마하고 같이 가자고 시간을 내보라며
의논을 했다. 며칠 있다 큰 딸의 같이 가겠다는 전화를 받고, 작은 딸에게 서운하지 않도록,
“딸아, 너 엄마하고 한국 가고 싶지 않느냐?
못 간다고 하는 대답에 언니하고 가도 서운하지 않겠니? 다짐을 받고 여정을 잡았다.
자식이라곤 딸 둘밖에 없는데 행여 상처라도 받을까 염려되어 마음이 조심스럽다.
눈치를 살펴 조심하면서 어미가 좋아하는 육개장과 비빔밥, 반찬을 저녁마다 준비 해
놓고 작은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린다.
하루는 저녁에 제 신랑한테 이야기한다. 언니가 엄마랑 한국 간다고.
사위는 너도 패스포트 내고 준비하고 따라가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사람의 마음 은
다 똑같아. 괜한 짓을 했나 보다.
내가 웃으며 우리 다 같이 다녀오자. ! 저희도 웃음으로 넘긴다.
이 삼 일 지나고 작은딸은 언니만 가면 엄마가 힘드니까 아빠가 가시라며 부부가 두
주일씩 짝을 맞춰 휴가를 냈다고 한 달 동안 짧지만, 마음껏 즐기시고 오란다.
항상 언니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동생이다. 목사 사모라서 무어든 마음대로 할 수 없
는 언니,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해 항상 마음이 아파하는 가난한 언니
를 이해하며 휴대 전화 기까지 전담하는 착한 심성이 고맙다.
미안한 마음으로 어미야, 내년이나 후년에 너희 식구와 함께 가도록 준비하자.
저도 그리 생각한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힘드니 삼 년 있으면 가능하단다.
큰딸은 가끔 출강을 하게 되면 한국의 문화를 미국사회에 알리며, 병원서도 아시아인의
문화와 속성을 알려서 문제의 간격을 좁히는 일에 다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또한
가서 보고 느끼고 제대로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필히 고국 방문을 해야한다.
초등학교 때 이민 와서 나이 사십에 처음 나가는 고국이니 얼마나 마음이 설렐까?
딸아, 네가 가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 하라며 여정을 일임했다. 엄마가 너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도록 도와줄게. ( 남편에게 목사 사모라서 불쌍한 내 새끼 이번에 데려
가서 먹고 싶은 것 다 먹이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도록 할래)했다.
제주도 여행도 제가 원하는 데로 예약해놓고 날마다 아니, 하루에 틈만 있으면 몇 번이고 전화다. 한옥 마을에서 숙식도 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제주 울레 길도 걸어보고, 각 도시의 중요한 문화를 돌아보고, … 난 아예 아빠하고 애기하라며 전화 를 남편에게 넘겨버린다.
부녀간의 통화하는 모습에서 아빠의 행복이 넘치는 표정이 보기에 흐뭇하다. 아마도 딸이 아빠에게 묻는 모양이다. 자꾸만 전화 걸어서 귀찮지 않느냐고, 아빠는 대답한다. 아니야 너하고 전화하는 시간은 최고로 행복하다고,
내게 넘겨주는 전화에다 딸아, 너 행복하냐? 묻는 엄마의 말에 예, 엄마 나 지금 무지 행복
하다고 대답한다. 딸아, 고맙다. 사랑을 하고 받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새삼 깊
이 깨달아서 엄마도 행복하다.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모든 삶의 고통을 하늘 보며 호소할 때마다 응답 주시며 문
제를 해결해주시고 기쁨의 열매를 주신 그 사랑이 물결처럼 가슴에 출렁인다.
이제도 부녀간의 행복한 대화처럼 나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포기 하지 않으시는 끝없는 사랑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5/1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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