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약수터에서

주사라 2010. 4. 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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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수터에서

 

                                                                                      ()명숙

 

 

       봄 향기를 온 대지에 전하는 고향산천이 그리워지는 계절에 우리 동네 부근

    약수터에도 봄이 왔다. 자그마한 호수가 있고 오리 떼들이 헤엄을 치면서 물장

    난을 치는 나름대로 수풀이 우거지면 아름다운 곳이며 소문도 나있는 약수터입

    니다. 미네랄이 풍부해서 암환자들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등등.

 

         물이 인체(人體)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요하다는 것은 의학적으

      로 많이 듣고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중요하다니, 물은 곧 생명이란 생각이 듭

      니다.

     

         우리는 신진대사가 원할하지 못할 때에 물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기에 좋

      다고 소문난 약수를 받아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약수터는 굵은 파이프를 박

      고 시멘트 물받이에 자갈을 깔아서 깨끗하게 해놓았기에 계속 흐르는 물이 옹

      달샘 같은 정겨운 이미지는 상실했지만 어쩜 오히려 위생적이고 좋다는 생각

      이 들면서 콸콸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에는 너도 흘러내리는 물처럼 살라는 메

      시지가 담긴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살 수만 있다면 끊임없이 샘솟는 맑은 물처럼 병도 탈도 없

      을 테고 넉넉한 마음에 나누며 섬기는 풍성한 삶의 기쁨이 넘쳐나련만!

 

       약수터에서 참으로 보기에 민망한 일을 보게 되었는데, 어쩌면 멀리서 왔

    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물통을 수도 없이 가져와서 받아 실어 나르는 것을 뒤

    에 서 기다리던 여자가 불쾌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면서 반대편에 새치기를

    하니 다른 사람들이 넘겨버려 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도 그런 면이

    있구나!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현듯이 60-70 년대에 겪은 물난리와 물장수였던 이북아저씨의 내래

    팬티 바람으로 피난 와서 맨주먹으로 물장사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내래

    지금까지 잘살고 있수다래, 하는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 당시엔 왜 그리 수돗물이 귀해서 난리를 쳤는지? 동네마다 큰길에 물

      자동차(소방차)로 물을 퍼서 날라주면 물을 사기 위해서 서 있는 줄이 까마

      득했고 서로 빨리 많은 양의 물을 사기 위해서 식구 수대로 사람이 나오고

      물통을 들이대는 새치기 때문에 아우성들이었습니다.

 

         정말 그 시절이 인심 좋고 순진무구한 세월이었지만 물싸움이 벌어질 때

      는 안하무인이 되는지 살벌하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래서 살 만한 가정에서

      는 물장수들에게 사서 먹었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만큼은 물장수들의 직업

      이 힘들지만 살 만한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는 청춘 남녀들의 물지게에 얽힌 사랑이야기가 매일 저녁이면 안개비

       처럼 연인들의 가슴에 젖어들기도 했습니다. 해거름이 지기 시작하면 아가

       씨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발걸음도 가볍게 동네시장 골목에 있는 공동수

       도로 모여듭니다. 받은 물지게가 무거워서 흔들거리면 총각들이 대신 짊어

       지고 날라다 주는, 이를테면 공동수도가 봄바람에 물지게와 치맛자락이 흔

       들흔들 거리는 연애장소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얼마나 물들을 흔하게 쓰는 시대인지,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물이

       오염되었을 뿐 아니라 저수지에 물이 없고 강물도 바닥이 드러나는 가뭄 때

       문에 반세기 전보다 더 심각한 기갈현상이 일어날까 두려워짐은 왜일까요.

         후손들의 생명을 위해서 환경 개선을 하고 자연을 보호함으로 물을 아껴야

        되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까워짐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여겨집니

        다.    {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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