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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바나나는 간편한 대용식이나 건강식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바나나를 접해본 것은 아마도 40여 년 전인 것 같다. 그때 그 당시에는 비싸기도 했지만 그리 쉽게 먹을 수 있던 때는 아니지 않았나 한다. 그것도 둘째 형부가 사다 주셔서 먹었으니까? 둘째 언니는 우리 집 언덕 위에 사셨는데, 우리 집을 지나가시게 되어 있어서인지라, 형부는 어쩌다가 술에 취해서 뒤 창가에서 처제 하고 큰소리로 부르며 봉지를 안겨주고는 간다. 그래서 가끔 맛있는 것도 먹었든 기억이다. 그러다 이 미국에 오니 바나나가 얼마 나 흔하고 싼지, 처음 이민 와서는 바나나와 오렌지를 실컷 먹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무엇이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 하나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별로다. 건강에 좋다고 하루에 하나는 먹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입에서 댕기지를 않는다. 입맛도 참 간사하다 싶다. 얼마 전에 새벽 예배 때에 어느 목사님게서 바나나 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예화로 바나나를 쓰셨다. 바나나 껍질은 노란데 속은 하얗다는 데서다. 사람은 똑같은 한국사람인데, 속은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하신다. 아마도 9년 전에 대도시로 이민을 오셨는데 그곳은 한인들이 많기에 한국과 거의 비슷하지 않나 싶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이 시애틀로 오셨는데 이질감을 느끼셨음인가? 사람은 똑 같은 한국 사람인데 속은 미국 사람이 되어서 알 수가 없으시단다. 하기야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나도 잘 모르겠다. 남편은 나보고 세상을 몰라서 그렇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목사님이 그런 말씀을 왜 하셨을까?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고 하니, 문화가 다른 데서 산 사람들이어서 무엇인가 다르게 보이신 게지! 그러나 그 축에도 못 끼니 가슴이 아프지 한다. 그래요 맞아요 우리는 아메리칸 도 아니고, 코리아인도 아니고, 코메리칸 이지요 하고 웃는 내 마음 이 공허하고 아프다. 나는 누구와도 할 수 없는 대화를 딸하고는 잘한다. 안부를 묻는 딸의 전화를 받 고는 실버대학 에서의 재미있는 문예창작이야기와 즐거운 배움의 삶을 이야기하다가 딸에게 얘 엄마가 글을 쓰려다가 만 것이 있는데 읽어 줄 테니 한번 들어봐라,
(바나나 같은 사람들) 얼굴색은 똑 같은데 속은 다르단다. 바나나 껍질처럼, 사람은 똑 같은 한국사람인데 미국에서 산 사람들은 속이 다르단다. 마치 바나나처럼 그 말씀에 내 마음이 왠지 허전하다. 아무리 미국 국적을 가진 아메 리칸 이 되어도 미국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한국에 끼어 들지도 못하고 서성 거리는 코메리칸 이기에 마음이 허전하다. 가만히 다 들은 딸은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해요? 엄마 같은 일 세대는 미국 문화도 한국문화도 겸하시니깐 짬뽕이라고 하면서 바나나는 한국사람이지만 한국 문화를 모르는 일 점 오 세대가 바나나예요 한다. 그러는 딸에게 너희가 바나나면 우리는 바나나껍질이다. 딸은 속 시원한 웃음을 웃 는다. 바나나 같은 사람들이여 바나나가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처럼, 세상에 한국의 이 름을 위해 존귀한 자들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기우일까? 아마도 자식을 키우는 세상의 모든 부모님의 공통된 간절한 바램일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 2세대인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바나나들이여 전진 또 전진 분발해주 기를! 정말이지 일 세대의 눈물과 땀이 섞인 활약도 컸지만, 우리의 후세대들은 무엇 이든 가능케 하는 잠재력을 일깨워서 바나나같이 이 세상에 진정한 유익을 주는 유능 한 인재들이 되기를, 간절한 바램이다. (12/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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