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아리랑의 한 자락
윤(김)명숙
모처럼 시애틀센터에 나들이를 가니 햇살 반 구름 반의 날씨가 다닐 만하다. 센터 안에 들어서자 마자 여기 웬일이냐고 등 뒤에서 어깨를 감싸 안으시는 내가 존경하는 박 작가님을 오랜만에 생소한 곳에서 만나니 여간 반갑지가 않았다. 각자의 동행인들과 행보가 다르기에 잠시 인사만 나누고 헤어질 수밖엔 없었지만 만남은 역시 반갑다.
잠시 후에 미술품을 돌아보고 나니 미국국가와 우리나라 국가가 울려 퍼진 다. 민요인 아리랑도 들리고 이어서 민속춤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아쉬움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추석 잔치에서 힘을 합해서 우리나라의 문화를 정확하게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러나 작은 규모의 사람들이 한국을 미국인 사회에 알리겠다고 정성껒 나름대로 열심을 다하는 모습과 참여하는 모든 1세대와 1.5세대, 또는 2세대들의 열심히 맡은 일들을 전담하는 광경은 애국애족의 마음이 엿보이는 듯싶다. 한 장면 한 장면 끝날 때 마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우렁찬 박수로 호응을 해줌이 아름다웠다. 열심히 고전무용을 하는 분들도 웃으며 정성을 다하고 태권도로 힘을 다하는 모습에서 애국의 향기가 묻어나는 듯했다. 부채춤을 비롯한 장구춤과 승무 등 아름다운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좀 더 확장을 시켜서 여러 단체가 마음을 합해서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행사가 (미주 전 지역에서 크게 열리는 곳도 있지만)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음식문화뿐 아니라 한복을 조선 시대 때부터 제법 많이 준비를 해서 선을 보였다고 하니 이곳에서는 쉽지 않은 일에 참 수고를 많이 했다는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정월명절에도 여기 문화에 젖어들지도 못하면서 그야말로 바나나와 짬뽕식 이다. 그래도 간간이 이어가려는 한국의 문화 아리랑의 밤 같은 행사는 매년 열리고 있다. 우리 한국 고유의 문화가 이곳에 깊이 뿌리를 내려서 후손들에게도 끊어지지 않도록 지켜나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코로라도 덴버에 사는 큰딸은 아이들의 학교에서 가끔은 한국의 문화를 소 개하며 그릇이나 의상들을 직접 가져다 보이기도 하며 한국 음식을 만들어 서 맛을 보여준다고 한다. 주로 불고기나 갈비, 잡채, 김치, 식해와 김밥, 비빔밥 등을 저희 집에서 해먹는 음식을 만들어서 맛을 보여 준다고 한다. 참으로 가상하다. 시애틀 센터에서 추석잔치에 김밥과 불고기 잡채 빈대떡, 만두 떡볶이 등등을 포장마차처럼 벌려놓고 장사를 하는데 외국인들이 제법 모여들어 사먹으면서 맛있다고들 한다. 어느 미국인들은 김치를 목구멍을 샤워시켜준다며 매우면서도 맛있다고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제는 UW 미니 홀에서 실버들의 예술제가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워십댄스, 우아한 어르신들의 고전무용, 장구춤, 노년합창, 할머니들의 천사 같은 하얀 드레스의 워십댄스, 남성중창, 시 낭송 태권도 시범 등 장면마다 청중들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모든 출연자와 관중석의 청중들이 한마음 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르는 시간은 무대 위에서 함께 부르는 내 마음도 가슴이 찡해지면서 목이 멘다. 정말 나그네들이 목이 메어 부르는 아리랑에는 조국을 향한 그리움이 애잔하게 눈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민자들의 나그네 설움을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녹아있는 아리랑 의문화를 미주 땅의 꿈이 야무진 열매로 알알이 맺히면서 깊은 뿌리를 내려, 비록 지금은 미주아리랑의 한 자락이지만 미주 전 지역에 아리랑이 뿌리를 내려 거대한 아리랑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단 소망을 품어본다. (9/22/08)
3악장 Presto * Yehudi Menuhin (1916 - 199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