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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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의 향연
윤(김)명숙 배나무 꽃이 화사하다. 마치 저들끼리 감싸고 보호하듯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해산의 고통을 함께하는 양 순결한 백색의 꽃 멍울들의 그 자태가 거룩해보인다. 이른 새벽바람이 사랑이라도 속삭이는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산들거린다. 그 미소에 반해서 홀린 듯이 겉옷을 둘러 입고 나가보니 새벽 바람이 제법 차다. 이렇게 추운데도 잘 견디어내고 있구나. 하기는 추울 때가 있으면 따뜻할 때도 있고 비나 눈이 오면 햇볕이 들 때도 있으니 그 모든 것을 잘 견디고 인내하므로 써 만이 귀한 열매를 맺을 수가 있으리니!
배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한바탕 꽃 잔치를 벌이는 듯싶은데 내 마음은 불현듯 아름다운 매화 향이 그립다. 얼마나 매화를 좋아했으면 둘째 딸의 결혼식에 입은 한복을 매화 그림으로 아름답게 새겨진 진분홍치마에 연분홍 저고리를 맞추어 입었을까? 항상 살을 도려내듯 매서운 칼바람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고고하게 피어 아픔을 삼키며 인내와 절개를 지키는 도도한 매력에 푹 빠져들었던 매화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많이도 좋아했다.
아침 산책길을 나서는데 앞마당에 피어 있는 새빨간 작은 꽃봉오리가 아픔에 겨워 터지려는 듯이 보인다. 뿌리째 뽑혀 옮겨 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까지 그 수고의 아픔이 마치 지나온 세월 내 나그네의 삶의 모습 같다. 산책 코스를 따라서 길을 걸어가자니,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화사하게 만발했다. 조금 있으면 바람에 실려 어디로인지도 모를 곳으로 날아 가련만 장래 일을 모르니 조금은 방자하게 보여 시선을 비켜서 걷는다. 마치 내일 일을 알지 못한 고로 천방지축으로 요란을 떠는 허풍쟁이 들 같다.
아름답고도 귀하기가 꼭 귀인들같이 느껴지는 보라색 목련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화려 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거룩해 보이는 흰색의 아름다움은 형언하기 어려운 기쁨처럼 거룩하게 느껴진다. 마치 온 천지를 다 차지하듯이! 내 방안에 상큼하고 화사하게 피어 있는 공작선인장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나는 이 두 꽃들에서 나름의 상반된 삶을 보았다. 정말 귀하게 보이는 목련 꽃은 뒤끝이 너무나 지저분하다. 번번이 말만 앞세우는 허둥쟁이 의 뒤끝을 보는 성 싶다. 반면에 공작선인장 꽃은 자신의 속을 꼭 감싸고 오므린 채 자취를 감춘다. 끝까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책임질 줄 아는 든 사람의 모습이다.
길가의 풀숲에 샛노랗게 피어 있는 민들레 꽃이 난데없이 시선을 잡아끈다. 사람들에게 밟히면서도 질경이와 함께 벗을 삼아 그래도 덜 외롭겠다. 민들레와 질경이는 공통점이 있어서 잘 어울리나 보다. 사람들에게 짓밟힐 때면 서로 위로하고 마주 보며 미소로 대신할까? 어쩌다가 화려한 울타리 안의 꽃들이 부러워 몰래 들어가 꽃을 피워 보지만 여지없이 뽑혀 버려지는 천덕꾸러기이다. 온몸과 가슴이 너무 서럽고 아파서 꽃 색이 노래졌으리라. 그래도 제게 주어진 사명은 잊지 않으려고 밟힐수록 끈질긴 생명력으로 잉태한 씨를 온 세상에 널리 퍼뜨린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그 천덕꾸러기 민들레와 질경이가 건강식으로 이름이 나서 많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한 몫을 담당한다니, 가히 이름없는 들풀만이 아닌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보람이겠다. 2007년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