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느 결혼식에서

주사라 2010. 3. 31. 05:31

 

 

 

                                                                    어느 결혼식에서

 

                                                     仁塘/윤명숙

 

            2세대의 결혼식에 초대받아서 가는 길을 많이 헤맸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가는 길이 참으로 외졌다.

          유명하다는 골프장인 클럽에서 올리는 결혼식에

          꼭 초대할 사람만 초대했는데 한 150여 명 모였나 보다.

          간편한 현대식으로 했다지만 들러리가 쌍쌍 7쌍 모두 합계 14명의

          들러리에 아이 들러리 한 쌍을 세웠으니 아마도 돈 좀 쓰는

          집인 듯하다. 신랑은 중국사람이란다.

          인상은 참으로 따스하고 온순하게 생겼다.

           중국인들은 아내를 위해주는 사랑이 지극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지금 세상은 사랑에 국경이 따로 없는 세상이고 보니

          이 결혼에 하자가 없으니 뭐 그리 이상하지는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임이 당연한 것 같다.

 

           지나간 세월이 무상하다.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아이들

          결혼식 때는 국제결혼이 이웃사람 보기에 그리 매끄럽지 않아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집의 자녀

          들이 국제결혼을 함을 보고는 부모님들이 얼마나 속이 터질까?

          공연히 대리근심을 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시렸는지

          때문에, 두 딸에게 너희는 절대로 외국인들과 결혼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곳의 애들은 정말 이상할 정도

          로 저희끼리 연애를 못하고 짝을 못 찾으니 이런 기막힌

          현상들이 어디에 또 있을까?

           큰딸은 한 교회 안에서 같은 청년부에 있지만, 반 중매로

          만났으니 말이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했기에 웨딩드레스와 식사비 등

          비용이 약소한 선에서 잘 끝냈다.           

           작은딸은 좀 달랐다. 언니의 시원한 맏며느리감 같은 

          외모와는 반대로 미모로도 빠지지 않고 예쁜 측에 들어가는

          딸이기에 콧대도 높았고 자기 힘으로 하는 사회활약에도

          자신이 있으니 한국사위를 본다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큰딸이 세 번째 아이들 가졌을 때야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같은 직장의 동갑내기로서 직책이 상사로 있는 영국계 미국인

          이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왔는데 기도 안 찼다. 안된다고 반대를

          하지만 밤 자정이 넘도록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일어나지를

          않아 조건을 달았다.

          1. 난 너희 나라 사람은 싫어한다. 이유는 이혼을 잘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이혼을 안 한다. 한번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하니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이혼 안 하고 50년째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이 여자만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2. 신앙이 없는 사람과는 안된다. 하니

          당장에 신앙생활을 한다기에 일 년 후에 보자 해서는 결국에

          약속대로 일 년 후 결혼식을 올렸는데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저희가 벌어둔 돈으로 결혼했기에 별다른 돈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들러리들도 5쌍 모두 합계 10명이고 아이 들러리 한 쌍이어서

          그 당시로는 좀 화려하게 식을 올렸지만, 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했으며, 한국식으로 키가 몇 개니 예단이니 하는 복잡한 일들은

          다 생략해버리기에 간단했다.

          요즈음도 한국식으로 폐백이니 뭐니 하지만 그래도 양가

          집의 예단도 아주 간소화하고 간단하게 치른다. 

          어느 사이에 결혼식이 끝나서 피로연에 들어가니 절친한 친구의

          말이 식사비가 꽤 비싸고 골프클럽에서 했기에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 애들은 제대로만 공부했으면 돈 벌기가

          쉽단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데 다니기에,

           우리 아이들 때하고도 10년 차이지만 세대 차가 벌어져 격세

          지감을 느끼게 된다. 이건 또 무슨 신식피로연인지!

          수저로 컵을 땡땡 치면 신랑 신부의 키스세례가 벌어진다.

          여기저기서 땡땡 치며 야단법석들이다. 아무쪼록 이혼하지

          말고 잘 살기를 축복해주는 마음으로 돌아오면서 인사를

          나누는 신부의 부모님들도 마음이 혼쾌한 표정임에 다행스럽단

          생각이 든다. 이젠 결혼에 국적이 문제가 되지 않음을 실감했다.

          모쪼록 잘 살아서 부모님들의 걱정이되는 일들만 없기를

          빌어주는 마음만 간절하다.  (9/27/08)